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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15 산악강연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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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준범 조회1,856회 작성일 15-11-10 19:5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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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동료와의 인간관계가 등반 성공의 척도"
부산 찾은 등반가 김창호
- 정상 밟는 것은 서양의 기준
- 그보다 더 소중한 게 동료애
- 세계 산악계 방향 전환 모색
- 우리 선조 '입산' 정신 새겨야
통산 31번째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 완등, 한국 최초이자 세계 14번째 무산소 완등자, 세계 최단 7년10개월 만에 완등이자 무산소 완등 기록 1년1개월 단축. 다이내믹 부산 희망원정대 대원으로 히말라야 13개봉을 오른 세계적인 고산 등반가 김창호(46) 씨의 화려한 이력이다.
경북 예천 출신인 그는 서울시립대 입학 후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등반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첫 해외등반으로 대학 시절 파키스탄 카라코람을 대표하는 대암벽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6284m)에 도전해 16일간의 사투 끝에 등정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 성공적인 첫 등반은 '실패'로 기억된다. 지난 3일 부산산악문화축제 부대행사의 하나로 부산산악포럼(대표 홍보성)이 마련한 산악강연회에서 김 씨는 "등산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 등반을 마친 뒤 함께했던 산악부원들과 소원해졌다. 이는 등반하며 산에 대한 것만 생각하고 연구했지 함께 등반하는 동료와의 관계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반 중 인간관계의 기술은 어느 등반교본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날 '나의 꿈, 나의 길'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그는 27년에 걸친 등반활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트랑고 타워에서의 '실패' 이후 한동안 히말라야를 멀리하다가 파키스탄 히말라야로 발길을 돌려 5년간 이곳에서 살며 등반활동을 했다. 지도의 공백 지대를 채우며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자유등반을 했다. 그는 당시 가능한 많은 정보를 모으고 대상 산을 연구한 뒤 등반에 나섰다. 이때의 등반은 훗날 거봉을 오르는 훈련이 됐다. 그런 그도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게 있었다고 한다. 바로 두려움과 고독이었다.
그는 "한 번은 등반을 앞두고 두려움에 텐트를 떠나지 못한 적이 있었다. 1시간 동안 앉아 피켈을 바위에 갈다가 심장의 두근거림이 가라앉은 뒤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탈레반에게 잡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며 등반활동을 하다가 마침내 8000m 고봉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계적 산악인의 반열에 올라선 그가 요즘에 깨달은 것은 세계 산악계가 나아갈 방향은 등산을 벗어나 우리 조상이 산을 대하던 '입산(入山)'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제산악연맹 총회에서 '보호'와 '존중'으로 산악운동의 방향을 전환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곧 우리의 '입산' 정신에 다름없다. 이를 배운다면 세계 산악운동에 새로운 변화가 오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내년에는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산으로 가는 길에 나서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서양의 기준으로 보면 정상을 밟으면 그 등정은 성공이지만 지금 내게는 정상 등정보다는 등반 동료와의 인간관계가 성공의 척도다. 정상보다 동료가 소중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2015.11.7 자 18면-국제신문 이진규 기자)